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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위험한 살충제 계란 파문…"과도한 공포 불필요" vs "해로움 명백"

기사승인 2017.08.17  09: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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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가 생산 계란에 피프로닐이 검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출처:국내 마트)

이달 중순 들어 유럽 15개국과 홍콩 등에서 시판되는 계란에서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국내에서 유통되는 계란에도 같은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번지고 있다.

피프로닐에 노출된 계란은 가열을 해서 요리를 해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닭에 대한 사용이 금지 돼 있다. 식약처 국제식품규격에 따르면 피프로닐 잔류 기준은 계란 0.02ppm, 닭고기 0.01ppm이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 남양주 양계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된 양은 0.0363ppm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정부는 양계농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문제가 발견되는 계란은 전량 회수 및 폐기 처분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계란만 정상 유통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피프로닐은 인체 내에서 장기손상, 두통, 감각 이상 등 치명적인 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며, 가열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조류독감(AI)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공포가 일파 만파 확산되고 있다. 반면 “과도한 공포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프로닐 분자식(출처:위키백과)

“피프로닐, 조류독감(AI)보다 더 위험”

1987년 프랑스의 화학회사 로네-풀렌이 개발하고 1993년에 출시된 피프로닐은 페닐피라졸 계열의 백색 분말 형태 살충제다. 곤충 신경계의 감마아미노낙산 통로 염화 채널이나 글루타민염 통로 염화 채널에 작용해 신경계를 교란시킴으로써 곤충의 신경과 근육을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원리로 곤충을 죽인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감마아미노낙산 수용체의 경우 곤충에 비해 반응이 둔하기 때문에 이 성분은 살충제로 적합하다.

하지만 이 성분을 포유류가 다량 섭취할 경우 간, 신장 등 장기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피프로닐을 2급 독성 위험 물질로 분류한다. 미국환경보호청(EPA)도 피프로닐을 발암물질로 분류하며, 미국 국립직업안전보건연구소(NIOSH)도 “피프로닐에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경우 간에 병변이 생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0년 학술지를 통해 공개된 ‘임상 독성학에 실린 ‘피프로닐 노출과 관련된 급성 질환’ 논문에 따르면 살충제 사용 등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피프로닐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실제로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11개 주에서 확인된 피프로닐 노출자들 중 89%에서 일시적인 건강 이상이 발생했다. 두통, 현기증, 감각이상 등 신경 증상(50%)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안구(44%), 위장관(28%), 호흡기(27%), 피부(21%) 증상 순이다.

피프로닐은 개미나 바퀴벌레를 죽이는 목적으로 쓰이며, 개나 고양이 등 애완 동물에 기생하는 벼룩, 진드기 등을 죽이는 살충제로도 사용되지만 닭에는 사용이 금지됐다.

피프로닐을 소량 섭취하면 구역, 구토, 복통, 현기증 등을 겪을 수 있지만 체내에 흡수된 소량의 피프로닐은 지방 조직에 남아 있다가 대사 과정을 통해 체내에 남지 않고 1~2주일이면 대변과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증상도 곧 사라지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국내 농가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 함량은 기준치인 0.02ppm을 초과한 0.0363ppm이다. 불과 얼마 전 닭고기 애호가들을 떨게 했던 조류독감(AI) 바이러스의 경우 계란 껍데기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으며, 익혀 먹으면 비교적 안전하다. 반면 피프로닐은 가열을 해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AI보다 더 위험한 셈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큰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피프로닐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출처:락희제약)

“한번에 100개 먹어야 유해” vs “체내 축적 위험은?"

살충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 유해성이 미미하다며 과도한공포를 경계하려는 입장이다. 현재 문제가 된 계란에서 나온 피프로닐 검출량(0.0363ppm)으로는 성인이 계란을 한꺼번에 100개를 먹어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해당 계란의 피프로닐은 코덱스 기준의 1.8배 수준이지만 통상 잔류 허용 기준은 20배에서 100배까지 안전 구간을 두고 정해지기 때문에 이 정도 검출량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계란 1개를 60g으로 가정할 때 60㎏ 기준 성인에게 급성 독성이 나타나려면 문제의 계란 175개를 한 번에 먹어야 하며 12㎏ 아이는 49개를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원 철원군 소재 ‘지현 농장’에서 발견된 계란의 경우 더 많은 양인 0.056PPM이 검출됐다. 이 역시 식약처는 이 역시 성인이 한 번에 80~90개 정도 먹어야 급성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있다.

식약처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피프로닐이 체내에 조금씩 몸에 누적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문제의 계란을 지속적으로 많이 먹어야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누적에 따른 위험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식용 육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육계는 보통 30일 정도 키워 출하하기 때문에 농약이 잔류할 시간이 비교적 적고 매년 육계를 대상으로 농약 등 잔류물질을 검사하기 때문이다. 올해 조사한 육계는 2만1865마리였으며 이 중 피프로닐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단 정부의 전수조사 중에 현재까지 발견된 양보다 더 많은 피프로닐이 검출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전수조사 점검현황 8.16 17시 기준(출처:식약처)

“국내 시판 구충제에도 피프로닐 함유, 지나친 공포감 불필요”

원래 피프로닐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동물 진드기 퇴치용은 100g에 피프로닐이 0.25g 정도 함유돼 있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퀴벌레약의 경우 약제의 10% 가량 피프로닐을 사용하고, 그 외에는 유인제를 넣어 제조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류판동 교수는 “피프로닐은 맹독성이 아니고 섭취했을 때 뇌에 들어가 작용하기 때문에 가끔 피부에 묻는 정도로는 인체에 해를 끼칠 걱정은 없다”며 구충제용 피프로닐 사용에 대해서도 지나친 공포를 갖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17일 피프로닐과 같은 살충제에 오래 노출되면 파킨슨병, 우울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고현철 한양대 의대 약학교실 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이처럼 피프로닐이 인체에 여러모로 해롭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경계를 느슨히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구매한 계란껍질에 ‘08마리’ 또는 ‘08LSH’라고 찍혀있으면 살충제가 검출된 제품이며,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계란 중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제품은 환불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18일까지 전수조사를 끝내면 연령대별 섭취량과 오염 정도, 독성값 등을 토대로 인체 유해 여부를 분석해 발표할 계획이다.

강현주 기자 ku0080@gmail.com

<저작권자 © 메디컬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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